해외거주 거지의 일상과 망상

분명 아무도 궁금하지 않을것이고 아무도 읽지 않겠지만

티스토리 챌린지 때문에 어쩐지 내하루를 일기마냥 기록하는 것이 습관이 되어 안하니 어색한듯하다.

오늘의 일상은 간략히. 공부 내용을 방대하게. 

 

발레 15회분량을 결제하고... 발레 학원으로 감.

무지출 챌린지를 하는 날이기 때문에 걸어갔다.  30분 거리를 운동하러 걸어 가는 것은 많은 결심이 필요하다. 갈 때는 너무 이른 아침이라 힘들고, 올때는 열심히 발레하고 진 빠진 상태라서 힘들기 때문이다. 그런데 오늘은 참 발걸음이 가벼웠다.

통제적인 성격이 없지 않아 있기 때문에 지각하거나 새로운 동작을 배우는 날에는기분이 축축 처지고 인상이 써진다.

지각하지 않고 여유있게 도착하고, 순서가 쉬워서 발레가 잘 되는 날은 자신감이 뿜뿜한다.

 

어떤 아주머니가 말을 거셔서 기분좋고 자신감넘쳤던 오늘은 환영하며 성의있게 대답했다.

☕️

커피 마시자구 하셨으나 과외가 있어서... 다음에 꼭 마셔요 했는데 알고보니 같은 동네 사신단다.

그래서 함께 걸어가면서 많은 이야기를 했다.

 

30년 전 콜롬비아에서 이민 오신 아주머니는 혼자 사신다고 했다. 

나보고 진지하게 결혼 계획을 물어봤다

아주머니는 30년전에 결혼한지 몇달만에 남편이 돌아가시고 쭉 혼자 살아왔다고 했다

순간 너무 부러워서 티낼뻔;; ㄷㄷ....

살짝 내가 원하는 삶이다

 

너무너무 조은분.  너무 너무 좋은 날...

그리고 사실할머니뻘이신데 너무 정정하게 30분거리를 걸어다녀서 뭐지 했는데 워킹 모임을 토요일마다 한다는데

또 못참고 나도 끼워달라고 했다. ㅎㅎ

 

20 키로씩 하루종일 런던 시내를 걷는다는데 과연 내가 버틸 수 있을 것인지 ?

 

얘는 나랑 베프인데 같이 거지 생활을 하는 형편이다.

같은 거지로서 의리 ? 를 발휘해서 사물함 각자 있는거 환불받아서 보증금 20파운드 돌려받고 10씩 나눠가진다음에 혹시필요할지모를 남은 사물함 하나를 나눠쓰기로했다ㅋㅋㅋㅋㅋㅋㅋㅋ

맨날 돈없어서 부족하게 사는게 나랑 똑같다. 근데 사실 안똑같고 얘는 사실 가짜거지이다. 아버지 치과의사고 누나는 의사인 걍 의사집안의  막둥이인데 나랑 동갑이고 그 나이가 좀 있다보니 부족해도 없이 살지 부모님께는 말씀 못드리는 것이다

그러므로  얘는 가짜거지, 평범한 집안의 나는 진짜거지

하지만 얘는 나보고 부자라고 하며 누명 씌운다. 이유 ? 유기농쳐먹고 샤넬 써서. ;;;

진짜 참 사람들은 쉽게 쉽게 남이 가진 것, 형편을 부러워하고 함부로 재단하여 시기질투하는데 막상 각자만의 사정이 다 있는 법인 것이 참 아이러니하다. 나는 얘를 거지코스프레한다고 생각하고 얘는 내가 거지코스프레한다고 생각하고 있으니.

 

 

아빠가 미안하다고 하는데 내가 더 미안하다.

그냥 본인도 힘든데 이기적인 날 부양해야하는 걸 생각하면 그저하염없이 죄송한데,

내가 나에게 주어진 능력치나 형편보다 더 큰 것을 욕심 부리면서 가까운사람들을 힘들게 하면서 여기 있다는 생각이 나를 잡아 먹는다.

여기 오기 전엔 희망찬 미래밖엔 보이지 않았는데 막상 오니 현실의 벽이 보이기 때문이다.

 

아 나도 콜롬비아 아주머니처럼

어떤 영국 시민권자 신사분께서 내 명의로 집 해와서 결혼하시고 한달만에 객사하셨으면 좋겠다.

라는 망상을 하는 오늘 .^^